조음 음성학 강의 1


크리라 원장ㆍ언어학박사   장 철 진

 

 

* 이 강의 파일을 읽는다고 해서 조음 음성학의 달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정말로 조음 음성학의 달인이 되고 싶다면 나를 찾아와서 면대면 강의를 수강하기 바랍니다.

 

 

   1. 음소의 개념

 

  음소(phoneme)는 1879년 크루쥬스키(Kruszewski)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는데, '뜻를 변별하는 말소리의 최소 단위'를 말한다(허웅, 1997).

 

  그런데 이렇게 정의하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입문 과정에 있는 초학도의 입장에서 가장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음소(音素, phoneme)란, 그 이름 자체에서 드러나 있듯이, 음(音, 소리)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 즉 소리 바탕, 소리 자질이라는 뜻을 가진 용어를 말한다.

 

  예를 들면, 홀소리(모음)와 닿소리(자음), 하나하나를 가리켜 음소라고 보면 된다는 이야기이다. 모음과 자음, 하나하나를 가리켜, 각각 개별 음소라고 보면 된다1).

 

  이 음소가 모이면 음절이 되고, 음절이 모이면 형태소가 되고, 형태소가 모이면 낱말이 되고, 단어(낱말)이 모이면 어절이 되고, 어절이 모이면 구(句)가 되고, 구(句)가 모이면 문(文)이 되고, 문(文)이 모이면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이면 텍스트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음소<음절<형태소<단어<어절<구<문<문장<텍스트"라는 도식이 성립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음소에 대한 정의는 학자들의 관점에 따라 1) 실재론, 2) 형식론, 3) 절충론으로 나누어진다.

 

  1) 음소의 실재론적인 입장에 관심을 둔 학자는 쿠르트네이(Courtenay), 비이크(Wijk), 사피어(SApir) 등이고, 2) 음소를 형식론적 입장에서 바라본 학는 트르베츠코이(Trubetskoy), 바헤크(Vach다) 등이다. 3) 이러한 음소의 실재적인 면과 형식적인 면을 절충하고 종합한 학자는 브룸필드(Bloomfield), 마르티네(Martiner) 등이다.

 

  실재론적 입장에서는 음소의 존재적인 측면을 중요시하였으며, 형식론적 입장에서는 음소가 말의 뜻을 달리하는 기능을 중시하였다. 절충론적 입장에서는 소리바탕이라는 소리의 물리적인 면과 말의 뜻을 분화하는 기능적인 면을 함께 고려하였다. 

 

  이 세 가지를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너무나도 방대한 분량이 되니까 여기서는 요 정도로 하고 나중에 음운론을 공부하다 보면, 그때 좀더 자세하게 공부하실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본다.

 


  2. 운소
(韻素)의 개념

 

  운소(韻素)란, 소리에 담긴 음악적인 요소를 가리켜 음소라고 부른다. 또한 이 운소를 가리켜 초분절음소라고 부르기도 한다. 초분절음소(suprasegmental phoneme )란, 말 뜻 그대로, 분절(分節)이 불가능한 음소라는 이야기이다.

 

  분절(分節)이란, 마다마디 나눈다는 뜻이다. 분절음(segement)이란, 발성작용과 조음작용에 의해서 만들어진 낱낱의 음성을 말하는데, 이는 홀소리와 닿소리를 지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에 비해서 길이ㆍ높이ㆍ세기 등은 분절음처럼 체계적으로 쪼개져서 분석되지 않고, 반드시 분절음에 얹혀서 나타나기 때문에 이들을 초분절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길이ㆍ높이ㆍ 세기 등에 의해 의미의 차이가 생길 경우 이러한 음소를 ‘운소(prosodeme)'라 하고 음운론의 범주에서 연구된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가 의미의 차이를 일으키지 못할 때는 단지 운율적 요소(prosodic feature)로서 음성학의 범주에서 연구된다.

 

  한국어의 운소에는 낱말의 대립을 가져오는 길이와 높이가 있고, 문자의 대립을 가져오는 억양이 있으며, 이 외에 이음새(쉼과 이음, 뜸 따위)에 의해 문장의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운소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는 장차 음운론의 영역을 깊이 다루게 될 때 더불어 진행될 것이다. 

 


 
 3. 음소의 분류

 

  말의 흐름 속에서 청지각을 통해 의미적 변별이 가능한 최소의 소리를 음소라고 부른다. 그 음소가 달라지면 청지각상 느끼는 소리가 달라지니까 당연히 그 소리의 변별성이라든가 의미 역시 달라지게 되고, 분화되게 마련이다.

 

  음소는 제각기 소릿값이 다르지만 유사성과 공통성에 따라 분류할 수가 있다. 물론 그 분류방법은 분류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지만 크게 보아서 자음과 모음으로 양분하는 방법이 널리 통용되고 있다.

 

  음소를 분류하려면 우선 음성을 먼저 분류하는 법을 공부해야 되기 때문에 이제 여기에서는 음성을 분류해보고자 한다.



  3.1 유성음과 무성음

 

  음성은 성대의 진동 유무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날숨이 성문(聲門)을 통과할 때 성대의 진동을 일으키느냐 않느냐에 따라 유성음(有聲音)과 무성음(無聲音)으로 나누는 것이 그 하나이다.

 

  성대의 빠른 진동을 성(聲)이라 하는데, 유성음은 그러한 성(聲)이 동반된 음성이고 무성음은 그러한 성(聲)이 동반되지 않는 음성이다. 'ㅏ, ㅓ, ㅗ, ㅜ, ㅡ, ㅣ'나 'ㄴ, ㄹ, ㅁ, ㅇ' 등이 유성음의 예들이며, 어두(語頭)의 'ㄱ, ㄷ, ㅂ, ㅅ, ㅈ, ㅋ' 등이 무성음에 속하는 예들이다.

 


[그림1] - 유성음과 무성음 산출시 성대의 모습2)

출처 : <고도흥, 2004, 언어기관의 해부와 생리, 소화>


 

  음성은 또 소리가 구강(口腔, 입안)을 통과하는냐 비강(鼻腔, 코안)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나누기도 한다. 대부분의 소리들은 구강을 통과하므로 이에 대해서는 따로 구강음(口腔音 oral)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비강을 통과하는 소리에 대해서는 비음(鼻音 nasal)이라는 이름을 붙여 구별한다. 비강음(鼻腔音)이 더 정확한 이름이겠으나 흔히 비음으로 통용되고 있다. 국어의 'ㄴ, ㅁ, ㅇ'이 이 비음에 속하는 소리들이며, 프랑스어의 비모음(鼻母音)도 역시 비음의 일종이다.

 

 

  3.2 자음과 모음3)

 

  음성을 유성음과 무성음으로 분류하는 방법과 더불어 또 하나의 대표적인 분류 방법은 자음(子音 consonant)과 모음(母音 vowel)으로 나누는 방법이다.

 

  이들은 성대를 통과한 소리가 구강에서 장애를 받느냐 받지 않느냐에 따라 구분되는 것인데, 자음은 구강 어디에서 일단 완전히 막혔다가 나오든가 그렇지는 않더라도 통로가 아주 좁아져 발음기관들이 마찰을 일으킬 정도로 많은 장애를 받으면서 나오는 소리들이며, 모음은 그러한 장애 없이 자유롭게 통과해 나오는 소리들이다.

 

  그 결과 모음은 단독으로 발음하기 쉬운, 그리고 마음껏 길게 발음할 수 있는 소리인데 비해 자음은 그렇지 못하여 모음에 얹혀서 발음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자음과 모음은 다시 여러 하위 영역을 가지므로 좀더 자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3.3 자음의 생성

 

  언어음이란 어떤 식으로든 유동 기류를 저지함으로써 생성이 되는 것이다. 음성학자는 언어음의 생성 과정에서 사용되는 유동적인 기류를 기술하기 위해 기류 기작(airstream mechanis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기류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가를 기술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생성된 소리가 이러한 기술에 의해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세계의 여러 언어에서 사용되는 가장 보편적인 기류 기작은 폐장 방출 기작이다. 이 기작이 사용될 때 공기는 폐에서 방출되어 기관지 위를 거쳐 입이나 코를 통해서, 또는 그 양쪽을 통해서 빠져나가게 된다.

 

  모든 언어음은 폐에서 기도 위로 밀어 올려진 기류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공기가 계속해서 밖으로 나오게 될 때 후두(larynx)에 이르게 된다.

 


[그림2]- 후두(전, 측, 후)




[그림3] 후두(상, 후)



  이 후두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기관이기 때문에 '소리상자'라고도 불리고 있는데, 이 기관의 맨 위 부분은 연골질의 얇은 막으로 되어 있다.

 

  일단 공기가 후두에 들어오면 성문을 통과하게 된다. 성문이란, 이름에서 시사하는 바와 같이 좌우 성대 사이의 공간, 즉 성대 간의 틈새를 말한다. 성대가 벌어져 있으면, 즉 성문이 열려 있으면, 공기가 방해를 받지 않고 빠져 나가게 된다. 방해를 받지 않으니까 성대 진동이 없고, 성대진동이 없으니까 성대진동음은 당연히 생기지 않다. 그러니까 그냥 입안의 조음기관을 향해서 기류(바람)만 통과하는 것이다. 그렇게 통과한 공기가 입안에서 조음작용을 일으켜서 만드는 소리를 무성음이라고 한다.

 

  반면에 성대가 서로 밀착되어 있으면 공기가 어떻게 해서든 빠져 나가야 하기 때문에 성문을 열어 제치려고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되면 성대가 진동을 하게 되고 유성음이 만들어 지게 되는 것이다.

 

  성도(vocal tract)라는 것은 소리가 만들어져 나가는 통로를 뜻하는 말이다. 이 용어 역시 앞으로 자주 사용하게 될 용어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꼭 기억해 주기 바란다.

 

  이 성도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입안의 공기 통로인 구강(口腔)과 코 내부의 공기 통로인 비강이 바로 그것이다.


  자음은 이 성도를 통해서 나오는 공기의 흐름을 어떤 형태로든 저지함으로써 생성되는 것이다.

 

  우리는 장애를 받는 위치와 관계가 있는 기관을 확인할 수 있는데, 언어음을 형성하는 데 사용되는 혀와 입술과 같은 구강의 각 부분을 합한 개념을 뜻하는 명칭은 조음기관, 하나하나의 개별조음기관은 조음자(articulators)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는 자음을 생성할 때 저지(장애)를 받는 조음의 위치를 기술하는 것 외에 조음 방법(the manner of articulation)도 고려해야 한다. 즉, 저지를 받는 정도와 성격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똑같은 조음 위치에서 조음되는 소리들, 그리고 둘 다 유성음이거나 무성음일 수 있는 소리들이 기류가 바뀌는 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요약해 보자면 자음을 생성하는 데는 네 가지 주요 매개 변수가 있는데, 이들은 서로 독자적으로 변화하여 다른 종류의 자음을 만들어 낸다. 그 네 가지 매개 변수는 다음과 같다.

 

  1) 기류시작(airstream mechanism)

 

  발화 생성에 힘을 제공해 주는 유동 기류가 생성되는 방법과 그 기류가 운동하는 방향을 말한다.

 

  2) 성문의 상태(the state of the glottis)

 

  무성음은 성문이 완전 개방되었을 때, 성대 사이에 커다란 공간이 생기면서 생성되는 소리이다. 그러나 유성음은 성대가 아주 밀착되어 있어서 공기가 어렵게 그 사이를 빠져나갈 때 성대의 진동을 수반하면서 내는 소리이다.

  

  3) 조음 위치(the place of articulation)

 

  자음을 생성할 때 기류가 저지되는 성도 내의 위치를 말한다. 즉 특정 자음 음소가 만들어지는 자리를 말한다.

 

  4) 조음 방법(the manner of articulation)

 

  이는 자음을 생성할 때 기류가 저지되면서 목표 음소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말한다.


 

  3.3.1 자음의 분류

 

 자음은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 분류하지 않고, 음가를 결정하는 요인들을 기준으로 하여 분류한다. 자음의 음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들로는 조음방법, 조음 위치, 기(aspiration)의 유무, 긴장(tenseness)유무 등이 있다.

 

  먼저 자음은 조음 위치에 따라  양순음(두 입술소리), 치조음(혀끝윗잇몸소리), 경구개음(앞혓바닥센입천장소리), 연구개음(뒤혓바닥여린입천장소리), 성문음(목청소리)으로 분류됩되는데, 이제부터 이것들을 간단하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4).

 

 

  1) 자음의 조음 위치에 따른 분류

 

  ① 양순음(兩脣音 bilabial)

 

  위 아래의 두 입술이 맞닿아서 내는 자음을 양순음(兩脣音 bilabial)이라고 한다. 위 입술은 고정부, 아랫입술은 능동부라고 한다5). 입술을 완전히 닫거나 좀 덜 닫거나 하는 것, 입술을 가볍게 막았다 떼느냐 꽉 막았다가 떼느냐, 하는 등의 것은 방법상의 문제에 속한다. 다만 두 입술을 적극적으로 써서 발음해야 하므로 양순음이라 부르는 것이다.  우리 한국어의 'ㅁ, ㅂ, ㅃ, ㅍ'이 여기에 속한다. 국어에는 이들 양순음 이외에 다른 순음이 없으므로 그저 순음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② 치음과 치조음(齒音 dental, 齒槽音 alveolar, 치경음(齒莖音 alveolar)

 

  설단(舌端, 혀끝)이 윗니 뒤쪽에 가 닿아서 내는 자음을 치음(齒音 dental)이라 하고, 설단과 윗잇몸이 맞닿아 내는 자음을 치조음(齒槽音 alveolar), 또는 치경음(齒莖音 alveolar)이라 한다. 이 두 가지 자음은 워낙 성질이 비슷하여 때로는 구분하지 않고 묶어서 치음이라 부르는 경우도 있다. 현대 한국어의 'ㄷ, ㅌ, ㄴ, ㅅ'은 치조음으로 이해되고 있는데, 훈민정음의 창제 당시에는 'ㅅ'을 'ㅈ, ㅊ' 과 묶어 치음이라 불렀다6).

 

  한국어에는 없지만 영어의 [ð, θ]는 아래 위의 이(齒) 사이로 혀끝을 내밀면서 내는 소리인데, 이들은 넓게 보면 치음의 일종일 것이나 엄격히 구분하고자 할 때는 치간음(齒間音 interdental)이라 부른다.

 

  ③ 경구개음(口蓋音 palatal, 입천장소리)

 

  앞혓바닥 부분이 올라가서 경구개(硬口蓋), 즉 딱딱한 입천장과 맞닿아서 내는 소리를 경구개음(硬口蓋音 palatal)이라 한다. 한국어의 'ㅈ, ㅉ, ㅊ'이 여기에 속하며, 'ㄴ, ㄹ, ㅅ' 등의 치조음도 '냐, 랴, 샤'와 같은 'j'앞 환경에서는 각각 [ɲ], [ʎ], [ʃ] 와 같은 구개음으로 실현된다. 경구개는 그 부위가 넓기 때문에 조음위치(調音位置)를 다시 세분하는 경우도 있다.

 

   연구개음(軟口蓋音 velar, 여린입천장)

 

  뒤혓바닥 부분과 연구개(軟口蓋, 여린입천장)이 상호 작용해서 만들어 내는 소리를 연구개음(軟口蓋音 velar)이라 한다. 한국어의  'ㄱ, ㄲ, ㅋ, ㅇ'이 여기에 속한다.

 

  ⑤ 후음(喉音 glottal)

 

  성문(聲門)에서 두 성대(聲帶)에 의해 만들어지는 자음을 후음(喉音 glottal)이라 한다. 더 정확히는 성문음(聲門音)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국어의 'ㅎ'이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두 성대가 숨의 통로를 완전히 막았다가 터뜨리는 성대 파열음(音)도 성문음에 속한다.

 

  이상, 설명한 자음들이 조음위치에 따라 분류한 자음들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음들을 모두 대상으로 삼을 경우에는 부족하다. 다른 조음위치에서 나는 자음들이 또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어의 자음을 이해하는 데는 지금 설명한 것으로 충분하다.

 

  이제 다음은 자음을 조음방법(調音方法)에 의해서 분류해 보고자 한다.

 


  2) 음의 조음방법에 의한 분류

 

  우리는 대개 날숨을 사용해서 음성을 만든다. 숨이 나오는 길은 두 갈래로 되어 있다. 코로도 나올 수 있고 입으로도 나올 수 있고, 코와 입으로 한꺼번에 나올 수도 있다. 아래턱과 혀는 비교적 자유로이 움직여 입속의 공간 모양을 여러 가지로 바꿀 수 있다. 숨을 꽉 막을 수도 있고 느슨하게 막을 수도 있다. 날숨의 통로를 좁힐 수도 있고 넓힐 수도 있다. 성대를 울릴 수도 그냥 둘 수도 있다. 음성을 만들기 위하여 이렇게 하는 일을 바로 조음방법이라고 한다.

 

  동일한 조음 위치에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방식을 배합하면 그 방식이 달라짐에 따라 소리도 달라진다. 하나의 조음위치 밑에 하나 이상의 음성이 조음될 수 있음을 이로써 알 수 있다. 방법의 적용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한 가지의 조음방식이 한 조음위치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한 조음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음성도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조음위치에서 분류되는 음성의 목록이 따로 있고, 또 조음방식에서 분류되는 음성의 목록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같은 하나의 음성이라도 이들 두 가지 분류기준에 비춰 본 연후에야 그 성질이 더욱 명백히 지적될 수 있거나 기술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분류를 해보는 것이다.

 

  자음은 조음방법에 따라 파열음(터짐소리), 마찰음(갈이소리), 파찰음(터짐갈이소리= 붙갈이소리), 비음(콧소리), 유음(흐름소리), 접근음 등으로 분류한다.

 

  ① 파열음(破裂音 explosive, 폐쇄음(閉鎖音 stop)

 

  자음(子音)은 모두 장애(저지, 차단)를 받는 소리라고 하였지만 그 중 가장 큰 장애를 받는 소리는 나오던 기류(氣流)가 일단 완전히 막혔다가 압축된 공기가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있는데 이 소리를 가리켜 파열음(터짐소리)이라고 부른다. 이 소리는 조음체와 조음점 사이에서 공기가 한번 완전히 막혔다가 압축된 다음, 그 압축된 공기가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조음체를 철거시킬 때 만들어지는 자음을 파열음이라고 부른다. 이 파열음을 폐쇄음(閉鎖音 stop)이라고 부르는 학자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폐쇄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폐쇄, 압축, 파열'이라고 하는 순서를 거치기 때문에 폐쇄음이라고 부르는 것은 좀 부족한 감이 있다고 본다.

 

  양순음 'ㅂ, ㅃ, ㅍ'은 두 입술을 다물어 기류를 완전히 막았다가 압축시킨 다음, 그 압축된 공기를 순간적으로 팍 터뜨리는 소리이며, 연구개음 'ㄱ, ㄲ, ㅋ'은 뒤혓바닥을 연구개(여린입천장, 목적이 있는 부분)에 밀착시켜 숨을 완전히 막아서 기류를 압축시킨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팍 터뜨리는 소리이다. 한국어의 'ㅂ, ㅃ, ㅍ, ㄷ, ㄸ, ㅌ, ㄱ, ㄲ, ㅋ'등이 여기에 속한다.

 

  파열음 중 특이한 것으로 성문폐쇄파열음(聲門閉鎖音 glottal stop)이라는 것이 있다. 성문폐쇄파열음은 두 성대가 맞닿아 성문(聲門)을 완전히 막았다가 순간적으로 터뜨리는 소리인데 [ʔ] 또는 [']와 같은 발음기호로 표시된다.

 

  그 소리들은 제 홀로  독립되어 발음되기는 어렵고, 대개 다른 자음이나 모음에 얹혀 실현되는데, 특히 자음과 결합하여 경음(硬音), 즉 된소리를 만드는 데 많이 쓰인다. 국어의 'ㄲ, ㄸ, ㅃ, ㅆ, ㅉ'은 글자 모양을 볼 때는 'ㄱ+ㄱ=ㄲ'처럼 평음(平音)이 두 개 모여 이루어진 소리 같지만 사실은 'ㄱ+ʔ', 'ㄷ+ʔ'과 같이 평음에 성문폐쇄음이 결합하여 이루어진 소리들인 것이다.

 

  함경도 방언에서 '아이 가겠소(아니 가겠소)'라고 할 때의 '아'에는 이 성문폐쇄파열음이 나타나나 표준한국어에서는 이 소리가 모음 앞에 나타나는 일이 없다.

 

  파열음에 대해서 좀더 정리를 해서 말하자면, 파열음은 숨이 완전히 막히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보통은 그 때 압축된 기류가 한꺼번에 터져 나가는 과정, 즉 파열 과정이 있다. 폐쇄음을 파열(破裂音)이라 부르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즉 폐쇄음은 세 단계의 과정이 있다. 기류가 아직 장애를 받지 않고 자유로이 나오는 제1의 과정, 그 숨이 폐쇄되는 제2의 과정, 그리고 그 숨이 파열되는 제3의 과정이 그것이다.

 

  그런데 파열음은 때로 제3의 과정, 즉 파열의 과정이 마저 실현되지 않고 끝나는 수가 있다. ‘입, 끝, 악’ 등의 받침 ‘ㅂ, ㅌ, ㄱ’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폐쇄음을 특별히 불파음(不破音 unreleased)이라 하여 구별하여 부르는 수가 있다. 미파음(未破音)7)이라고도 한다. 국제음성기호도 불파음을 따로 나타내려 할 때는 [p]처럼 폐쇄음 기호 오른쪽 어깨에 특수부호(diacritic) ㄱ을 덧붙여 쓴다.

 

   마찰음(摩擦音, 갈이소리)

 

  발음기관의 사이를 완전히 막지 않고 아주 좁은 통로만 남겨 놓게 되면 그 사이를 억지로 빠져 나가는 기류는 마찰을 일으키게 된다. 이처럼 발음기관 안에서 마찰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자음을 마찰음(摩擦音 fricative 또는 spirant)이라 한다. 국어의 ‘ㅅ, ㅆ, ㅎ’ 등이 이에 속한다. ‘ㅅ, ㅆ’은 혀끝과 윗잇몸 사이의 기류가 마찰을 일으키며 내는 소리이며, ‘ㅎ’은 두 성대가 좁혀져 그 사이를 나오는 기류가 마찰을 일으키며 내는 소리이다.

 

  ③ 파찰음(破擦音)

 

  파찰음은 파열음처럼 폐쇄되는 과정을 가지나 그 소리가 실현되는 과정에서 파열음처럼 한꺼번에 터지지 않고 마찰음처럼 마찰을 일으키는 자음을 가리켜 파찰음(破擦音 affricate)이라 부르고, 파열음이나 마찰음과 구별한다. 파찰음은 말하자면 파열음과 마찰음의 두 가지 특징을 함께 지닌 자음이다. 중요한 것은 먼저 파열이 일어나고 그 다음에 이어서 마찰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파찰음의 발음기호는 파열음의 기호와 마찰음의 기호를 결합하여 쓰는 일이 많다. 국어의 ‘ㅈ, ㅉ, ㅊ’이 파찰음에 속하는데 ‘ㅈ’에 해당하는 발음기호로 [ʧ]를 쓰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미국 쪽에서는 일반적으로 그런 식의 기호 대신에 연속적인 조음순서에 따라 음성기호를 병렬로 해서 적고 있다. 그러니까 [ʧ] 대신에 [ts]8)를 쓴다는 이야기이다. 만약 그것이 유성음일 경우에는 [dz]으로 쓴다는 이야기이다.

 

  파찰음과 마찰음을 묶어 치찰음(齒擦音 sibilant)이라 부르는 일도 많다. 바람이 빠지는 소리, 즉 쉿쉿거리는 소리(hissing)라는 공통점을 가진다고 하여 묶는 것인데 일단 마찰을 동반하는 음이라는 공통점도 있거니와 실제로 이들은 묶여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④ 비음(鼻音)

 

  비강(鼻腔)으로 통하는 통로가 열린 상태에서 나는 자음을 비강음(鼻腔音 nasal)이라고 한다. 그냥 줄여서 비음(鼻音)이라고도 하고, 또한 코를 통과해서 나오는 소리라고 해서 통비음이라고 부르기고 한다. 

 

  비음을 낼 때 구강(口腔)에서의 상태는 파열음 때와 일치한다. 가령 국어의 비음에는 'ㅁ, ㄴ, ㅇ'이 있는데 ‘ㅁ’을 낼 때의 두 입술의 상태는 'ㅂ'을 낼 때와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이다. 두 입술을 꼭 다물어 성대를 진동한 음파(유성음)를 입안에 가둔 다음, 비강(코안)으로 가는 길, 즉 목젖이 붙어있는 연구개 근육을 아래로 내리면 비강 통로가 열리게 되는데, 그렇게 비강을 연 다음, 입안에 있던 압축된 음파가 비강에서 공명을 얻으면서 빠져나가는 소리가 바로 비음인 것이다.

 

  그러나 'ㅁ'을 조음할 때는 압축된 음파를 콧길을 통해서 팍 터트려내는 것이 아니라, 그러니까 양순파열음처럼 순간적으로 팍 터트리는 것이 아니라 좀 지속적으로 내본다는 점이 'ㅂ'과는 다른 점인 것이다. 그래서 'ㅂ' 때는 입 안의 공기가 압축되어 그것이 터질 때는 세게 터지는데 'ㅁ' 때는 음파가 코로 계속해서 빠져 나가고 있기 때문에 두 입술을 뗄 때 그 터짐이 그처럼 세지 않다. 'ㄴ, ㅇ'도 'ㄷ, ㄱ' 과 비교하여 마찬가지 성향을 갖고 있다.

  

  코로 기류가 통하는 음으로는 비강모음(鼻母音)도 있는데 흔히 비음이라고 하면 비강모음은 포함시키지 않는다. 비강모음은 따로 비강모음이라고 하기 때문에, 보통 비음이라고 할 경우에는 비강자음(鼻子音)을 지칭하는 용어인 셈이다.

 

  ⑤ 유음(流音)

 

  한국어의 '알, 술' 등의 받침 'ㄹ'을 가리켜 유음(流音)이라고 한다. 유음은 명칭에서 보이는 뜻 그대로 흐름소리이다. 무엇이 흐르는가? 성대를 진동시킨 소리(聲, 즉 유성음)가 기류와 더불어 흘러 나간다는 이야기이다.

 

  유음은 혀끝을 윗잇몸에 댐으로써 가운데 쪽은 성대를 통해서 올라온 음파성 기류의 통로를 차단하고, 그 양쪽으로 을러 나가도록 해서 내는 소리이다. 이처럼 가운데 통로가 막히고 혀 양쪽 통로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설측음(舌側音 lateral, 혀옆소리)이라 하고, 음성기호로는 [l]을 쓴다.

 

  그런데 이 [l]과 비슷한 소리로 [r]이 있다. 이 두 음의 차이를 한번 살펴보자.

 

  [l]은 혀의 끝이 잇몸에 오래 지속적으로 닿아 있는 데 반해 [r]은 그 닿는 시간이 그렇게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단 한번 빨리 대었다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 동작을 연속적으로 여러 번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어의 '다리, 얼음' 등의 'ㄹ'은 단 한 번 살짝 대었다 떨어지는 경우인데 이를 특별히 설타음(舌打音 flap, 혀를 때리는 소리) 또는 탄설음(彈舌音)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에는 음성기호로 [r]을 쓰기도 하지만 엄격히 말하자면 [ɾ]을 쓴다. 그리고 혀끝을 잇몸에 연속적으로 대었다 떨어뜨렸다 하는 것은 실제로는 혀끝과 잇몸 사이로 기류를 내보내는 현상과 그것을 막는 동작이 반복되는 현상으로서 혀끝이 바르르 떠는 동작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하여 나오는 [r]은 혀가 떨리는 소리라 하여 설전음(舌顫音 trill)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니까 국어의 'ㄹ'은 정확히 설측음이라고만 할 수도 없고, 설타음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음절말에서는 설측음, 다른 환경에서는 설타음인 것이다. 전통적으로는 [l]과 [r]을 묶어서 자음 중 장애를 적게 받아 잘 흐르는 소리라 하여 유음(流音, liquid)이라 불러 왔는데, 국어의 'ㄹ'은 이 점에서 유음이라 부르는 것이 더 실익이 있을 수도 있다.

 

  경음과 격음

 

  지금까지의 분류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것으로 평음(平音)과 경음(硬音 또는 된소리) 및 격음(激音 또는 거센소리)의 분류도 중요하다.

 

  경음은 평음에 성문폐쇄음 [ʔ]가 동반된 소리이며, 격음은 평음에 성문마찰음 [h]가 동반된 소리이다. 따라서 경음을 발음할 때는 성대가 긴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격음을 발음할 때는 입 가까이 손바닥이나 종이를 대어 보면 바람이 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바람을 기(氣, aspiration)라 하는 데 따라서 격음은 더 전문적인 용어로는 유기음(有氣音, aspirate)이라 부른다. 그리고 경음은 성문화음(聲門化音, glottalized 또는 glottalic)이라 부르기도 한다. 음성 기호로 표기할 때 경음은 [k'], [t'], [p']나 [k*], [t*], [p*], 격음은 [kh], [th], [ph]가 널리 쓰인다.

 

  앞에서도 지적하였듯이 한글로는 된소리를 'ㄲ, ㄸ, ㅃ'처럼 써서 마치 평음이 두 개 겹친 소리인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이들이 '평음+ʔ'으로 이루어진 소리임을 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유기음도 한글로는 'ㅋ, ㅌ, ㅍ'처럼 써서 이들 소리에 'ㅎ'음이 동반된 것을 바로 알기 어려운데 'ㄱ->ㅋ, ㄷ->ㅌ, ㅂ->ㅍ'에서 보이는 덧붙은 획이 결국 기(氣)를 나타내는 것이라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한국어는 이 세 가지의 구별이 매우 엄격한 점이 그 중요한 특징의 하나라고 할 만큼 어느 언어에서보다 파열음, 마찰음, 파찰음에서 보이는 이들의 구별이 중요한 뜻을 가진다. 영어 등의 언어에서는 이들의 구별 대신 /p-b', 't-d', 'k-g', 's-z'/와 같은 무성자음(無聲子音) 대 유성자음(有聲子音)의 구별이 엄격하나 한국어에서는 언중들의 언어 의식 속에서 그러한 구별은 잘 인식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덧붙여 강조해 둘 것이 있다. 국어의 평음 'ㄱ, ㄷ, ㅂ'에 해당하는 음성기호가 [g], [b], [d]가 아니고 [k], [t], [p]라는 것이 그것이다. 영어의 k, t, p가 유기음이어서 우리에게 'ㅋ, ㅌ, ㅍ'로 들리고 g, d, b가 오히려 우리 귀에는 'ㄱ, ㄷ, ㅂ'에 가까운 소리로 들리기 때문에 음성기호로도 그렇게 짝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k], [t], [p]는 유기음이 아닌 평음을 대표하는 음성기호이고, [g], [b], [d]는 유성파열음을 대표하는 음성기호이기 때문에 한국어의 'ㄱ, ㄷ, ㅂ'은 바로 '[k], [t], [p]'에 해당하는 것이다.

 

  [g], [b], [d]는 어두를 기준으로 보면 정상적인 발화자의 한국어에는 없는 소리이다. 굳이 가까운 것을 찾자면 이것들은 'ㄱ, ㄷ, ㅂ'보다는 울림성이 강한 'ㄲ, ㄸ, ㅃ'에 더 가깝다. 영어 화자들은 우리가 /바/라고 하면 절대로 [ba]로 듣지 않으면서 /빠/라고 하면 오히려 [ba]에 가까운 소리로 듣는 예가 바로 그 증표가 될 것이다. 우리가 bus, dam, gum 등을 '뻐스, 땜, 껌'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역시 그 때문이다. 그 점에서 ‘뻐스’라고 하던 것을 ‘버스’로 맞춤법을 바꾼 것은 재고(再考)의 여지가 있다고 보여진다.

 

 

  3.3 모음의 생성

 

  모음은 자음에 비해 정확하게 설명하고 기술하기가 좀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모음이 만들어질 때는 성대를 울려서 올라온 진동음파가 성도 내에서 적극적인 장애(저지)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음이 만들어지는 위치를 정확하게 감지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많은 경우에 있어서, 화자나 청자가 ‘같은 모음’으로 인식하는 소리들이 실제로는 여러 가지 다른 조음 동작으로 생성될 경우도 많이 있다.

 

  모음의 생성을 관찰할 때 믿을 만한 유일한 방법은 X선 사진을 이용해서 혀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위험하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모음을 기술하고자 할 때마다 X선 촬영을 할 수는 없다. 음성학 연구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자신을 방사선에 기꺼이 노출하려는 자발적인 피실험자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모음은 전형적으로 유성음에 속하지만, 자음과는 달리 정확히 어떤 조음체(調音體)와 어떤 조음점(調音點)의 작용으로 조음된다는 식으로 기술하기가 어렵다. 그 때문에 모음은 흔히 어떤 모음을 낼 때의 혀의 모양을 관찰하여 그 혀의 가장 높은 점을 잡아 그것으로써 모음의 조음 위치로 삼는 방식을 취한다.

 

  모음의 음가(音價)는 주로 혀의 위치 여하에 따라 달라지는 입 안의 모양에 따라 결정되므로 이를 그 모음을 낼 때의 혀의 가장 높은 점으로 파악하려는 것이다.

 

  물론 입안의 모양은 입술의 모양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으며 따라서 모음의 성격을 파악할 때는 입술의 모양도 적극 고려해야 된다.


  그러면 먼저 혀 모양으로 모음의 조음 위치를 잡는 방법부터 알아보기로 하겠다.

 

  3.3.1 기본 모음 체계

 

  기본 모음은 영국의 음성학자 Daniel Jones가 창안한 것으로, 그가 제안한 기본 모음 체계도는 실제로 존재하는 자연언어의 모음을 기술할 때 비교ㆍ대조의 준거로 사용된다. 즉, 어떤 모음을 기술할 때 그것을 기본 모음체계와 비교ㆍ대조해서 기술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다니엘 존스의 기본 모음 체계도는 모음 사각도로 표시한다.

 

                    [그림4] 다니엘 존스의 모음 사각도


 

  이것은 입안에서 기본 모음이 조음되는 위치와 혀의 개구도(공깃길의 크기)를 기준으로 설명하기 쉽게 도식화 한 것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3.3.2 한국어의 모음

 

  앞에서 언급한 기본 모음은 실제로 어느 한 언어의 모음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세계 여러 언어, 여러 방언의 모음을 기술할 때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모음을 이상적으로 설정해 놓은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어떤 언어의 모음이 어떤 음가(音價)를 가지는가, 그래서 그것이 이 모음사각도의 어느 자리에 해당하는가 하는 문제는 언어마다 사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어의 모음들이 정확히 이 모음사각도의 어느 자리에 놓이는 것들인지도 따로 분석해 보아야 한다.

 

  그런데 국어 모음의 위치는 아직까지 확정적으로 정리되어 있지는 않은 상태이다. 'ㅣ', 'ㅔ', 'ㅐ' 및 'ㅜ', 'ㅗ'는 각각 기본모음 [i], [e], [ɛ], [u], [o] 와 거의 같은 자리에서 발음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ㅏ'와 'ㅓ'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좀 갈리는데 'ㅏ'는 [a]와 [ɑ]의 중간쯤에서, 'ㅓ'는 [ʌ]보다 좀 앞쪽에서 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ㅡ'는 종래 중설모음 [ɨ]에 가까운 것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근래에 오면서는 평순후설고모음 [ɯ]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한편 'ㅟ'와 'ㅚ’' 단모음으로 실현될 때는 각각 기본모음 [y]와 [ɕ]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ㅟ'는 'ㅣ'를 발음할 때의 혀 위치를 유지하면서 입술만 내밀어 둥글게 하면 'ㅟ'가 되고, 'ㅚ'도 마찬가지로 'ㅔ'를 발음할 때의 혀 위치를 유지하면서 입술만 내밀어 둥글게 하면 그대로 제 음(音)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3.3 모음의 분류

 

  앞에서 말한 것처럼 모음은 혀의 높낮이와 혓바닥의 위치와 입술의 모양으로 그 성격이 결정된다. 따라서 모음을 분류할 때는 이 세 가지 기준에 의하여 결정한다.

 

  1) 혀의 높낮이에 의한 분류

 

  모음은 먼저 혀의 높낮이에 의해서 고모음 (high vowel), 반고모음 (mid-high vowel), 반저모음 (mid-low vowel), 저모음(low vowel)으로 구분한다. 고모음은 혀의 위치가 가장 높은 모음이다. 다시 말하면 혀를 입천장에 가장 가까이 가지고 가는 모음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저모음은 그 반대이다.

 

  2) 개구도(공깃길의 크기)에 의한 분류

 

  고모음을 발음하려면 입을 그만큼 좁게 벌리게 되며 저모음을 내려면 입을 그만큼 많이 벌리게 된다.  따라서 모음을 분류할 때 혀의 높이 대신 입을 벌린 크기, 즉 개구도(開口度)에 의해 이름을 붙이는 방법도 있다. 고모음, 저모음 따위 대신 폐모음(閉母音), 반폐모음(半閉母音), 반개모음(半開母音), 개모음(開母音)으로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3) 혀바닥의 위치에 따른 분류

 

  전후 위치에 따라서는 모음을 나눌 때는 전설모음(前說母音 frontal vowel, 앞혓바닥홀소리), 중설(重舌母音 central vowel, 가운데혓바닥홀소리), 후설모음(喉舌母音 back vowel, 뒤혓바닥홀소리)으로 구분한다.

 

  4) 입술의 모양에 따른 분류

 

  모음은 입술의 모양에 의해서도 분류된다. 모음을 입술 모양으로 나눌 때에는, 원순성(입술이 둥그냐, 안 둥그냐)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즉 입술을 앞으로 쭉 내밀면 입술 모양이 둥글어지는데 이처럼 입술이 둥글어지는 모음을 원순모음(圓脣母音, 둥근입술홀소리), 그렇지 않은 모음을 비원순모음(非圓脣母音)이라고 부른다. 비원순모음은 편의상 흔히 평순모음(平脣母音, 평평한입술홀소리)이라고도 부른다.

 

  5) 반모음과 이중모음

 

  지금까지 음성을 자음과 모음으로 구분하여 기술하여 왔지만 음성 중에는 그 중간적인 성질을 가진 것도 있다. 이른바 반모음(半母音 semivowel)이 바로 그것이다.

 

  반모음은 처음 시작은 모음처럼 하지만 모음과는 달리 혼자 음절을 이루지도 못하고 또 지속성도 없어 곧바로 다른 모음 자리로 옮겨 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반자음(半子音)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음(音)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음과 모음에 각각 한 쪽 다리를 걸치고 있는 전이음(轉移音)인 셈이다. 그러나 반모음을 어느 한 쪽에 넣을 때는 자음으로 분류된다.

 

  반모음과 결합된 모음을 이중모음(二重母音 diphthong 또는 gliding vowel)이라 하여 단독으로 된 단모음(單母音 monophthong 또는 pure vowel)과 구별한다.

 

  반모음은 다른 모음에 얹혀 이중모음을 만드는 데에만 쓰이는 음이므로 반모음은 오로지 이중모음을 위해 있는 존재하는 모음인 것이다.

 

  이중모음은 반모음과 모음의 결합음이기 때문에 입 모양도 처음과 끝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반모음의 입 모양이다가 나중에는 모음의 입 모양으로 끝나는 것이다.

 

  대체로 한국어에는 반모음 /y=j(이)/9)와 /w(오 or 우)/ 2개를 설정하나 학자에 따라 /ɰ(의)/를 넣어 3개를 주장하기도 한다. 본 원장의 경우는 3개를 주장한다.

 

   y -계 이중모음 : y+V10), V+y

 

  이중모음은 입 모양이 처음과 끝이 달라지기 때문에 모음사각도에 그려 넣으려면 하나의 점으로 표시하지 못하고 화음이 진행되는 방향으로 화살표를 사용하게 된다.

 

  ② w -이중모음 : w+V, * V+w

  

  반모음은 그 성질이 특이하여 별명이 많다.

 

  a) 가장 보편적으로, 이중모음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반모음+모음으로서 모음이 겹쳤다는 뜻이다.

  b) 이중모음을 줄여서 중모음(重母音, 거듭된 모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c) 곧바로 다른 모음으로 연결되는 모습이 미끄러지는 것 같다고 해서 활음(滑音)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d) 입천장에 근접하여 나는 소리라 하여 접근음(接近音)의 일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e) 곧바로 지나가는 과정에 있는 소리라 하여 과도음(過渡音)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f) 곧바로 다른 모음으로 전이된다고 해서 전이음(轉移音)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1) 그러나 전문적인 관점에서 엄밀하게 말하자면 홀소리들과 닿소리들 모두가 다 음소가 되는 것은 아니고, 뜻을 분화하거나 뜻을 변별하는 데 관여하는 경우에만 해당 모음이나 자음을 가리켜 음소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게 다 무슨 이야기인지 따지고 매달리다 보면 진도를 나갈 수가 없으니까 우선 여기에서는 그냥 그런 정도로만 이해를 하고 넘어 가기 바란다.

 

2) ① 유성음은 성대 진동이 있는 소리이고, 무성음은 성대 진동이 없이 그냥 기류(바람)가 통과해서 입안이나 코안으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소리라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그림1]을 잘 살펴보라.


    ② 무성음의 경우, 성문(성대 사이)이 벌어지는 이유는 기류가 빠져 나가게 하기 위해서 벌어지는 것이다.
    ③ 반면에 유성음의 경우는 성대를 외전시키기 위해서 성문이 닫혀질 정도로 근접한다는 사실을 중시하기 바란다.
    ④ 참고적으로 얘기하자면, 성대는 내전과 더불어 외전을 통해서 소리를 내게 된다.
    ⑤ 성대의 내전은 성대의 근육이 자율신경의 명령에 따라 스스로 진동하는 작용, 즉 성대 자체의 탄성 작용이며, 외전은 성대 사이를 공기가 통과하면서 (밖에서) 진동시키는 작용을 말하는 것이다.

 

3) 자음과 모음은 그 자체가 음성인 동시에 음소와 동의어로 사용될 때가 많다.

 

4) 자음과 모음의 각개별 음소의 조음 위치나 조음 방법에 대해서는 차후 또 다른 다루게 될 것이다.

 

5) 조음 기관 가운데, 잘 움직이지 않는 분을 고정부라고 하고, 잘 움직이는 부분을 능동부, 또는 가동부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위턱에 붙은 부분은 모두 고정부라고 부르고, 아래턱에 붙은 부분은 혀를 포함해서 모두 능동부라고 부른다. 능동부와 고정부가 만나는 자리를 조음점이라고 한다. 이 용어들은 앞으로 자주 사용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잘 알아 두어야 된다.

 

6) 그 이유는 그 당시, 즉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ㅈ계의 파찰음들은 혀끝이 윗니의 뒷부분과 작용해서 만들어내는 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대로 내려오면서 조음방법이 변해서 ㅈ계의 파찰음들은 앞혓바닥과 센입천장 부분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소리가 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명칭 또한 달라지게 된 것이다.

 

7) '불파음(不破音 unreleased)'이나 '미파음(未破音)'이란 말은 '터지지 않는 소리'란 뜻이다.

 

8) 미국 쪽에서 그렇게 쓰는 이유는 해당 기호들을 특수문자 폴더를 열고 들어 가지 않고도 컴퓨터 자판에서 그냥 쉽게 표기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9) 여기서 /y=j/라고 한 것은 둘 중에 어느 하나를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물론 그 두 소리는 엄밀하게 분석하자면 분명히 디ㅏ른 소리들이다.) 외국어를 한국어로 적는다는 것은 이처럼 어려움이 많이 있다. 일치하는 표기기호가 없으니까 당연히 어렵다.

 

10) 여기서 V를 사용한 것은 Vowel(모음)의 약어로서 모음이 그 자리에 들어 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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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라 원장
언어학박사  장 철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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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강, 끝>-